구름톤을 다녀왔다. 알바 면접 이후로는 처음 써본 자소서라, '한 번 써보는데 의미를 두자'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는데 합격해서 너무너무 기뻤다. 구름톤에 붙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 소리 지르고 기뻐했다.
당시, 시험기간이라 부모님께는 일단 비밀로 하고, 시험 끝나고 서프라이즈로 구름톤 합격소식을 전달해 드렸다. 성공적인 서프라이즈였다. 부모님은 정말 좋은 기회라면서 너무 잘됐다고 격려해주셨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니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생각해 보면 태어나서 내 힘으로 이룬 성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린 적이 손에 꼽는 것 같다. 대학에 와서 성적장학금 받은 적 정도?.. 앞으로 부모님을 많이 많이 기쁘게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화요일에 출발해서 금요일 복귀했다. 어찌보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많은 것을 느낀 뜻깊은 시간이었다.
화요일 오전 3시 반, 모두가 잠든 시간 일어나 아버지, 어머니의 배웅과 함께 김포 공항으로 떠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비행기를 혼자 타는 건데, 뭔가 낯설지 않았다. 어차피 가면 혼자가 아니고, 국내 여행이어서 그런 걸까?
김포 공항에서 첫날 교육을 받게 될 디지털 융합 센터로 향했다. 혼자 택시 타면 요금 꽤나 나올 텐데, 걱정하고 있었는데, 비행기 착륙할 때쯤 미미한 데이터로 지도를 검색해 보니 한 번에 가는 버스가 20분 뒤에 도착하는 것이다!!! 배차간격도 길고, 중간에 환승해야 하는 경로가 대부분이었는데. '이건 무조건 타야겠다'는 생각으로 버스정류장까지 뛰어갔다. 그렇게 하여 무사히 교육장에 도착했다.
오전에는 아이스브레이킹과 자기소개를 진행했다. 와, 다들 말을 잘하고 재치 있더라. 나는 발표를 하게 되면 웃기는 건 민망할까 봐 못하겠고, 그냥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내 발표 때가 다가오면 온 몸이 떨리며 아무 생각도 안든다. 발표를 너무 안 해봤고,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는 발표 동아리 혹은 발표 스터디에 가입할까 생각 중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꼭 행동으로 옮겨야지. 말하는 실력도 기르고 싶다. 그래서 발표 스터디를 통해 말하는 실력,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실력도 함께 기르고 싶다. 개발자는 개발만이 아닌, 다른 팀원과의 협업 스킬, 내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스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말하는 역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결국 내 자기소개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끝이 났다. 역시나 내 자기소개는 재미가 없었고, 임팩트가 없었다. 준비를 해갔더라면 멘트라도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소개할 게 없다고 생각한 나는 자기소개를 준비해 가지 않았었다. 다음부터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겠다. 준비가 되면, 그만큼 여유가 생기고 발표할 때 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주로 교육을 들었다. 쿠버네티스 강의, GDS강의, 해커톤에서 성장하는 법, 카카오 클라우드 소개 등 유익한 교육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는 구름톤의 세 번째 키워드가 발표가 되었다. 내가 준비해 온 아이디어가 있었으나, 세 번째 키워드와 부합하지 않아 내 아이디어는 접어두었다.
첫날은 그렇게 끝이 났다. 너무너무 피곤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제주도로 와서 발표도 하고, 교육까지 듣고 나니 급피로가 몰려왔다. 제주시청 쪽으로 이동한 후, 구름톤에서 친해진 형과 흑돼지를 먹었다. 흑돼지를 먹고 나니 오늘 쌓인 피로들이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흑돼지는 색만 검은색인 돼지일 뿐인데 일반 돼지와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에, 그것도 혼자 갔다.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와 매우 달랐다.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배정된 방에 들어가니, 불은 꺼져있고 게스트하우스 관리자님이 '내일 한라산 가는 분들이라 일찍 자고 있다'라고 전해주셨다. 침대마다 커튼이 쳐있었는데, 커튼사이로 보이는 모습이 되게 몸집 있고 무서워 보이는 형님들이었다. 나는 조용히 들어가, 짐을 풀고, 누웠다. 내일 오전에 또 있을 자기 PR/아이디어 발표를 위해 작업을 하다 잠을 잤다.
둘째 날은 팀 빌딩날이다. 오전에는 자기 PR 혹은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좋은 아이디어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 팀에 들어갈지 고민되었다. 나는 어제 친해진 분들과 같은 팀을 하게 되었다. 기획자 누나가 너무 좋은 아이디어와 기획안을 제시해 줘서 든든했다. 팀은 기획자 1, 디자이너 1, 백엔드 개발자 1, 프론트엔드 개발자 2로 구성되었다. 같은 프론트엔드 개발자 형은 React Native를 사용해 봤고, 나는 React밖에 사용을 안 해봐서 처음에는 기술스택에서 조금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끝나고 나니 진행하는 데 있어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팀빌딩이 완료되고, 노트북 하는 돌하르방 앞에서 사진도 찍고, 성산일출봉 숙소로 이동했다. 도착을 하니, 우리의 무덤이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앞으로 2박 3일 동안 우리가 썩을 공간이었다. 모여서 프로젝트 세팅을 어느 정도 하고, 저녁에는 비어파티를 즐겼다. 살치살, 연어, 등갈비 등 천국이 따로 없었다. 다른 분들과 대화하느라 엄청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여기 와서 제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비어파티를 즐기고 나서부터, 2박 3일간의 해커톤이 진행되었다.
프로젝트 초반에, 너무 막혀서 개인적으로 화가 난 적이 많았다. 물론 나 자신에 대한 화이다.
1. 깃헙에 branch를 안 파고 진행해서 main branch에 진행을 한 것이다. 그때가 패키지들 설치하는 과정이었는데, 이걸 branch를 또 새로 파니깐, gitignore 된 게 있고, 안 된 게 있고 그런 과정에서 렉도 너무 많이 걸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를 많이 썼다.
2. 두 번째는 prettier와 eslint적용하는 과정에서, 빨간 밑줄이 뜨고 에러가 뜨며 실행이 안되는 거다. 결국엔 prettier를 제거하여 해결하였다.
=> 다음부터 해커톤을 진행할 때는 미리 세팅을 해두어야겠다. eslint, prettier규칙은 팀원과 상의해 봐야겠지만, 보통 적용은 하니 일단 세팅을 모두 해놓아야겠다. 그리고, 내가 간과했던 게 노트북 세팅이다. 내가 프로젝트를 평상시에 진행할 때는 집 컴퓨터로 하고, 노트북으로 하는 일은 잘 없다. 노트북으로 하면 화면 작지, 느리지 그래서 더더욱 안 하게 되었다.
=> 다음번에는 꼭 노트북과, 프로젝트 세팅을 마치고 해커톤을 진행해야겠다. 그럼 정말 수월할 것 같다. 이번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알게 된 건데, 'boilerplate'를 미리 만들어놔야겠다. 프로젝트 기본 세팅을 모두 해놓은 것을 boilderplate라고 한다.
예시 ; https://github.com/joooonis/boilerplate-nextjs-tailwind-rtk
(Typescript, eslint, prettier, yarn berry 적용)
밤에는 팀원들과 바다를 보러 갔다. 와.. 제주도+겨울+밤+바다.. 조합이 미쳤더라.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좋았고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별도 서울에 있을 때보다 너무 잘 보였다. 바다를 둘러보던 중 기획자 누나가 별똥별을 봤다는 것이다. '별을 잘못 봤겠지' 생각하던 찰나 나랑 몇몇 팀원들도 좌측 상단에서 우측 하단으로 별똥별이 내려가는 걸 목격한 거다!! 아직도 눈에 아른아른거린다. 태어나 처음 보는 별똥별이었는데 너무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무언가 일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밥 먹고 둘러본 유채꽃 밭이다. 너무 예뻤다. 옆에는 말들도 있었다. 자연과 함께 하는 기분이었다.
3일간의 길고도 짧은 싸움이 끝이 나고, 결과가 나왔다. 기획자 누나가 발표를 너무 잘해주었다. 디자이너 누나가 디자인을 너무 잘해주었고, 백엔드 개발자 형이 서버를 너무 잘 구축해 주었고, 프론트엔드 개발자 형은 디자인 구현과 API구현을 위해 나와 끝까지 싸워주었다. 잠을 줄여가며, 팀원 모두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해줘서 고맙고도 미안했다. 보상으로 상을 받았으면 우리의 수고를 치유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상은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완성도도 높고, 아이디어와 디자인도 심사 때 칭찬을 많이 받았고, 기능도 제일 많아서 부족한 게 무엇인가 싶었다. 근데 심사 기준에서 무언가 어긋났나 보다. 심사 발표가 끝나고 팀원들과 '수고 많았다, 수고했다'라 했지만 속으로는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사실 구름톤에 참여하며 상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처음 하는 대외활동이고, 처음 하는 해커톤인데 무슨 내가 상까지 바라나,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두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 해커톤을 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팀원 모두가 해커톤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상 꼭 타야겠다, 타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며 오기가 생겼었다.
그리고 또 느꼈다. "나도 할 수 있구나, 나도 많이 성장한 개발자구나." 기획자와 디자이너 누나들이 기능과 디자인을 넘겨주었을 때, '아 이거 3일 안에 다 못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였으나, 결국은 모두 구현해 냈다. 3일이라는 시간을 쥐어짜고 팀원들과 의지하며 하니 결국은 해내더라.
해커톤을 진행하며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해커톤 시작하기 전에 토크콘서트에서 알려준 '해커톤 팁'을 한 번 읽어볼 걸, 개발을 좀 쉬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눌 걸, 추억을 더 많이 쌓을 걸, 다른 팀원들과도 교류 좀 할 걸, 형 누나한테 받지만 말고 나눠주기도 할걸.
나는 이번 해커톤의 팀 내에서 막내였다. 막내여서 형, 누나들이 많이 챙겨주었다. 막내라서 형, 누나들보다 조금 더 무언가 하려고 했으나, 내가 형, 누나들에게 받은 것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다음번에는 나도 팀원들에게 좀 베풀고, 나누어야겠다.
해커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나는 개발에만 몰두했다. 기획, 디자인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디자이너 누나와 기획자 누나가 넘겨주는 디자인대로, 기능대로만 구현하려 했다. 내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나누었으면 어땠을까? '기능이 너무 많다, 핵심 기능이 아닌 것 같다' 등 나의 생각을 전달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누나들도 개발을 안 해봤기에 개발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이게 구현이 어려운 것인지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것이 팀원들 간의 '소통'인 것 같다. 내가 이런 나의 생각들을 전달하였더라면, 기능이 보다 줄어들어, 여유가 생겨 오류가 있는지 확인도 하고, 배포까지 성공하였을지도 모른다.
원래 살아가는 모토가 '남는 건 사람이다' 였기에 이번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구름톤에서 만난 승모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글귀이다. '남는 건 사람이다'. 남는 건 개발실력, 나의 발전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번 해커톤을 진행하면서 생각이 사뭇 달라졌다. 팀원들과 3일간 한 책상에 붙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그 누구와 나누지 못했던 정을 나눌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남는 건 개발 실력, 나의 발전, 그리고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구름톤에서 다른 팀과, 우리 팀과 조금 더 추억을 많이 쌓고 교류를 많이 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팀원들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추억을 쌓고, 바람도 쐬고, 쉬고 왔으면 더 뜻깊은 해커톤이 됐을뿐더러 더욱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 팀은 우리와 '다른 길을 가는 팀'이라는 생각만 가진 것 같다. 결국 해커톤만 끝나면 다시 '우리'가 되는 데도 말이다.
체감상 1달이 지난 것 같지만, 4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배운 것도 정말 많고, 느낀 것도 많고, 좋은 인연들도 만난 것 같아 너무 좋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 진귀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다시 또 해커톤이라는 좋은 기회가 나에게 온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팀이 만든 서비스의 깃헙 링크를 공유하고 마무리하겠다.
https://github.com/Levains-house/levains-front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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